miércoles, 19 de enero de 2011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처럼

안재윤 안또니오 신부

저는 복음에서 겨자씨의 비유를 읽을 때 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나라는 조금 씩 조금 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사목활동에서는 일의 성과가 빨리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조급한 마음을 갖곤 합니다.

하지만 1년 5개월 동안의 양동시장 공소사목은 저로 하여금 하느님의 나라는 ‘작은 겨자씨가 싹이 트고 자라나면 어느 푸성귀보다도 커져서 공중의 새들이 날아와 그 가지에 깃들일 만큼 큰 나무가 된다."는 말씀처럼 이루어질 것이라는 체험을 다시 한 번 하게 했습니다.
1년 5개월 전 처음 양동시장 공소사목을 임명 받았을 때만 해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미사 참례하러 오시는 분께 즉석에서 해설과 독서를 부탁하였던 것이 이제 하나씩 역할 분담을 하여 전례팀이 형성되고 선교팀, 제대회가 구성되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레지오쁘레시둠이 만들어지면서 소공동체 모임이 이루어지게 되고 마침내 사목회가 결성되어 이제 다음 주에는 초대 공소 사목회장을 임명하는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

가끔은 이런 일들이 빨리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조급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건 나의 마음이고 하느님께서는 씨앗이 심어져서 싹트고 자라 풍성한 나무가 되는 것처럼 모든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지게 하십니다.

제가 1년 전 사목회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 그 분은 자신이 오랫동안 고해성사를 하지 못한 신자라고 하시면서도 각자 소속 본당이 있는데 굳이 시장에 공소가 무슨 필요냐고 반문하셨지만 그 만남 후, 어느 날 고해성사를 하고 싶다는 전화를 하셨습니다.
긴 고해성사를 하고 가끔씩 미사참례를 하시더니 나중에는 부인과 함께 나오고 남성소공동체 모임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시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말 수가 적고 조용한 분이시지만 약속은 꼭 지키시는 분이셨습니다.
제가 회장님으로 추천했을 때 과분한 일이라고 깜짝 놀라며 거절했지만 부인과 상의 후 수락하시면서 자신은 특별한 활동도 하지 않았고 교리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지만 공동체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께 ‘스스로 자신감이 넘쳐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일은 자신의 일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하느님께서 하느님의 일을 하실 수 없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겨자씨처럼 하느님 나라는 조금 씩 조금 씩 싹 트고 자라나도록 하느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어느 곳에서나 쉬지 않고 계속 활동하고 계십니다. 

안 안또니오 신부
양동시장 공소, 광주